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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엷은 우울 2008/10/05
엷은 우울
from filtering 2008/10/05 00:44

한 3일만 지나면 말하기가 싫어진다.
원래 나는 눈치 많이 보는 'depressed'된 인간인 건 알았지만,
여전히 말하기, 쓰기까지 검열하고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런 내가 블로그를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다가도,
이런 글 자체가 이런 사람도 있다라는 작은 정보 하나를 세상에 띄울 수 있는 것 같아서 써 본다.

엷은 우울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우울 다음에 이어질 말들은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를테면 열등감, 자기비하, 투정, 삐짐, 유치함, 자존심, 끈기없음, 자신감결여, 소심함, 결벽증... 등등...
글 쓰는 게, 글 써서 내 놓는 게 편치 않은 이유야 많다.
나같은 사람은 그런 것 같다.

'것 같다'라는 표현도 난 꼭 붙들고 있다.
그래도 학창시절에 언어 과목들을 좋아했던 사람이고
'것 같다'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은, 지나치게 유보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들은 바 있지만
여전히 나는 그 표현 안에서 가장 편안하다.

블로그를 유지하려면 계속 '그래, 이곳은 지금 내 공간이야.' 류의 암시를 반복해야 하고,
공개해 놓은 글을 어느날 다시 읽고 비공개로 돌렸다가 재차 공개해 놓는가 하면,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정같고 변명같아서 삐죽한 마음으로 저장 버튼을 누르는.

그런 사람이지만 또 써 본다.

(이젠 블로그가 대세라느니, 1인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이라느니 이런 말도 질리는 것 같다.
 괜히 그런 말에 휘둘려서 힘들디 힘든 글쓰기를 하는건가, 내가, 이런 생각도 듦으로.)

그래도 글쓰기는.
이제 매일 펴 들 일기장도 없는 지금에 와서는 더군다나.
이렇게라도 연습해야 할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기록해 보리라.
기록에 웬 공개라는 우스운 포맷이냐는 자기검열따위 또 하나 제쳐두고.

이젠 내 일상도 세상이 공유할 수 있는 지식이 될 수 있는 시대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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