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일만 지나면 말하기가 싫어진다.
원래 나는 눈치 많이 보는 'depressed'된 인간인 건 알았지만,
여전히 말하기, 쓰기까지 검열하고 좌절하고 포기한다.
그런 내가 블로그를 할 수 있을까. 한다면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다가도,
이런 글 자체가 이런 사람도 있다라는 작은 정보 하나를 세상에 띄울 수 있는 것 같아서 써 본다.
엷은 우울이라고 제목을 달았지만
우울 다음에 이어질 말들은 끝이 없을 것 같다.
이를테면 열등감, 자기비하, 투정, 삐짐, 유치함, 자존심, 끈기없음, 자신감결여, 소심함, 결벽증... 등등...
글 쓰는 게, 글 써서 내 놓는 게 편치 않은 이유야 많다.
나같은 사람은 그런 것 같다.
'것 같다'라는 표현도 난 꼭 붙들고 있다.
그래도 학창시절에 언어 과목들을 좋아했던 사람이고
'것 같다'라는 표현은 바람직하지 않은, 지나치게 유보적인 표현이라는 것을 들은 바 있지만
여전히 나는 그 표현 안에서 가장 편안하다.
블로그를 유지하려면 계속 '그래, 이곳은 지금 내 공간이야.' 류의 암시를 반복해야 하고,
공개해 놓은 글을 어느날 다시 읽고 비공개로 돌렸다가 재차 공개해 놓는가 하면,
이런 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투정같고 변명같아서 삐죽한 마음으로 저장 버튼을 누르는.
그런 사람이지만 또 써 본다.
(이젠 블로그가 대세라느니, 1인미디어로서의 가능성이라느니 이런 말도 질리는 것 같다.
괜히 그런 말에 휘둘려서 힘들디 힘든 글쓰기를 하는건가, 내가, 이런 생각도 듦으로.)
그래도 글쓰기는.
이제 매일 펴 들 일기장도 없는 지금에 와서는 더군다나.
이렇게라도 연습해야 할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니까.
얼마 전에 미디어2.0에 대한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기에 정리도 해둘 겸 포스팅을 해 본다.
오마이뉴스, 다음 등을 중심으로 네티즌들에게 미디어의 권리가 이양되고 있다고 한다. 미디어 산업은 뉴스의 생산 / 편집 / 유통인데, 이 과정, 즉 '언론권력'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시민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이다.
일찍이 '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기치를 내건 오마이뉴스나 '미디어다음(뉴스)>블로거뉴스'를 운영 중인 대형 포털 다음 등은 지금도 블로거/네티즌들이 (굳이 언론고시를 통과하지 않고도) 정치, 사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릴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에 반해 네이버는 아직 언론사 기자들의 기사들만 '뉴스'로 다루고, 블로거들의 의견은 '감성지수 36.5, 생활의 발견, 요즘 뜨는 이야기' 등의 이름으로 '비정치적인' 글들만 방문자들에게 소개한다. 미디어2.0의 가치는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데 네이버가 못 따라오는, 혹은 안 따라가는 것 같다.)
주목할 부분은 뉴스의 생산 뿐 아니라 편집과 유통의 권리까지 열린다는 것. 말하자면, 뉴스 거리를 발굴하여 기사로 쓰는 생산, 어떤 어조로 다듬어 미디어의 어느 부분에 어떻게 올릴지 결정하는 편집, 마지막으로 기사를 보는 사람들의 시선(page view)을 광고주에게 파는 유통, 모두에 네티즌들이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오마이뉴스와 다음을 살펴보면 뉴스의 생산에 블로거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편집은? 오마이뉴스는 메인 오른쪽에 보이는 'Oh my news E'의 편집권을 네티즌들에게 넘겼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네티즌들의 투표에 따라 기사의 위치가 결정된다. http://www.ohmynews.com
Oh my news E
다음의 경우 아직까지는 미디어다음 팀에서 편집권을 갖고, 선별적으로 네티즌들의 기사를 노출한다. (이를 통해 이슈화한 것도 많다고 함.) 그렇지만 빠르면 올해에 편집권도 네티즌들에게 이양될 거라고 한다. 아마 오마이뉴스처럼 운영자 측의 개입이 최소화되고, 기사들의 위치가 네티즌들의 투표 수에 의거해서 결정되는 식일 것 같다.
미디어다음 블로거뉴스. 다음 측에서 선별한 블로거들의 기사가 노출된다.
내가 쓴 글도 다음 메인에 뜰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다음은 유통권까지 네티즌들이 취할 수 있게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간해서는 누구나 쉽게 블로그를 지을 수 있는 것처럼, 뜻이 맞는 사람 몇몇이, 혹은 심지어 혼자서 쉽게 '인터넷 언론사'를 차릴 수 있게 하는 툴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기사를 열심히 생산하여 인정을 받으면 자신만의 언론에 기업의 '광고'를 유치할 수 있게 될 것이란다. (언론고시? 따위 필요 없이 자기만의 인터넷 언론사 사주이자 기자로서 글 써서 '먹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온다는 설명에 감동!)
구글이 '구글 애드센스'를 통해 각 블로그에 광고를 설치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사실이나 요새 블로그의 메인을 '매거진형' 또는 언론사 홈페이지 메인처럼 꾸밀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을 생각해 볼 때 그리 멀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실제로 다음에서 상위 블로거 70명의 블로그 트래픽을 조사하니 조중동 각 홈페이지 트래픽을 초과하더란다. 이 블로그들을 모아 광고를 유치해 주는 사업도 벌써 시작되었다나.
그러니 실제로 블로거 미디어가 얼마나 강력하고 멋진 언론 대안인가!
특히 요새 블로거 미디어가 정치, 사회에 주는 긍정적 영향을 보고 있자면 '미디어2.0'이라는 신세계가 얼마나 놀라운지, 그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된다.
무엇보다 이렇게나 서민 생활에 밀착되어 그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널리 알려낸다는 거. 이건 정말 국가권력 및 역사가 시작된 이래 거의 처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닐까.
(별로 전하고 싶지는 않지만, 심지어 6월 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열린 보수우파 진영의 '이명박 정부 100일' 평가 자리였다는 '국가정상화추진위 출범 세미나'에서, 제성호 중앙대 법학과 교수는 "좌파들이 광우병 괴담을 퍼뜨릴 때도 인터넷매체가 위력을 발휘했다. 이들은 선전선동에 능하다. 2002년에도 그렇고 작년 BBK 사건도 마찬가지다. (즁략) 메이저언론에 낼 생각만 하는데, 인터넷 활동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좌파 수법을 벤치마킹해서 정치학교 성격의 야학을 할 필요도 있다." 뭐 이딴 얘기까지 했단다. 헐... 국가정상화추진위... 이름 아주 안 좋게 기억하겠어. 출처 : 오마이뉴스 "보수가 똘똘 뭉쳐 무서운 맛 보여주자"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917763 )
정말 나같은 서민 블로거에게는 멋진 새시대이다. 아니, 나는 아직 한참이나 멀었지. 열심 블로거가 될테다. 다시금 생각나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을 마음에 새기고.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이 많은 음악들을 들어볼 수는 없을까?"
"다빈치 코드"를 읽으며 "이 성당들은 어떻게 생겼을까?"
"자본론"을 읽으며 "**쪽 **줄 절대 이해 안 가네. 누가 여기 설명 좀.."
..........................................................................이럴 때 말이다.
요인즉슨,
여기 저기 차고 넘쳐 흐르는 산발적인 정보들을 하나의 '책'을 중심으로 모아주는 ,
'블로거'가 아닌 '책'에 속하는 북로그가 필요하다는 것.
('북로그'라는 말은 이미 있지만 이것도 결국 개인에게 주어지는 블로그인 듯 하다.)
소설 속에 등장한 음악, 어려운 구절에 대한 설명을 찾으려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뛰어난 한 명의 블로거를 찾아 정처 없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되도록 말이다.
읽고 있는 책의 북로그에 가서
나랑 같은 음악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올려놓은 음악도 듣고,
나랑 같은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찾은 해답에서 도움을 얻고...
그러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이왕이면 이런 모습이었으면.
+ "***쪽" 시스템 : 책은 엄연히 오프라인의 실체! 페이지별, 행별 공유가 가능하다.
+ 그 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 북로그 만들어 관리한다. (PD박스의 '고PD'시스템처럼. 그러고보니 영화에게도 블로그를!! )
+ 저자초대 시스템 : 저자도 의향이 있으면 직접 북로그에 참여, 독자들과 대화하면 좋겠다.
+ 트랙백 or 이중포스팅 : 네티즌들이 후기들이 트랙백 형식으로 북로그에 올라오게 하거나, 한 번의 포스팅으로 북로그/블로그에 같이 올라가게 한다면 좋겠다.(이건 기본인가..)
'다빈치 코드'도 배경이 된 성당, 그림 등의 사진을 담은 개정 양장판이 나왔던데...
지금까지 많은 블로거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이런 서비스들을 제공해 왔지만,
책 자체를 주체로 하는 북로그 시스템이 나오면 사람들이 지금 읽는 책에 대한 좋은 정보들을, 감상들을 더욱 편히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2월 1일부로 "책들에게도 집을 달라"고 네이버에 제안해 놓은 상태.
대학 때, 선배들과 동기들과 함께 했던 '세미나' 모임...
쉽게 읽히지 않는 인문서적들을 함께 읽으면서 어려운 구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온라인에 마땅히 물어볼 만한 곳이 생겼으면 하는 생각에 이런 제안을 하게 되었다.
제안이 접수되었다는 답변은 받았는데...
과연 현실화될 수 있을까? (내가 사이트 하나 만들 수 있었으면..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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