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만난 문제.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두 사람이 암자를 짓고 수도에 든 지 3년이 채 못 된, 당 중종 26년, 즉 성덕왕 즉위 8년(709년) 4월 파일이다. 날이 막 저물어 갈 즈음 나이 20세쯤 되어 보이는, 자태가 절묘하고 체취가 향기로운 한 낭자가 뜻밖에 박박이 거처하는 북암으로 찾아와 자고 가기를 청했다. <중략>

박박은 말했다. "절간은 청정을 지키는 것을 요무로 삼고 있소. 그대가 접근할 곳이 아니니 지체 말고 가도록 하오." 그리고는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낭자는 노힐부득이 거처하는 남암으로 갔다. 그리고 앞서와 같은 청을 했다. 그러자 부득은 낭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 이 저문 날에 오시오?" 낭자는... <중략>

그리고 나서 낭자는 말했다. "나는 관음보살이랍니다. 대사가 대보리를 이룩하시도록 도우러 왔었지요." 말을 마치자 그 낭자는 간 곳이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이 오늘밤에 필경 계를 더럽혔을 테니 가서 웃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게로 왔다. 와서 부득이 연화대에 앉아 있는 미륵 존상이 되어 광명을 내비치며 몸이 불그레한 금빛으로 채색되어 있음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리고 예를 올렸다.


모의고사 문제 曰
다음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②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의 지혜가 필요하다.
③ 관습이나 제도의 파괴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다.
④ 큰일을 위해서는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⑤ 제도나 관습보다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 정답은 ⑤번.

제도나 관습보다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수월하게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 일전의 그 때가 바로 저 시험에 들었던 순간이었군' 이라고 가만히 떠오르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가끔 내가 사람보다 제도나 관습에 얽매어 선택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워진다.


일전에 살짝 마음을 치고 지나갔던 저 문제를 굳이 블로그에 쓰게 된 이유는
오늘 본 이 영화 때문에.

하운드독
감독 데보라 캠프마이어 (2007 / 미국)
출연 다코타 패닝, 데이비드 모스, 로빈 라이트 펜, 파이퍼 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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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대해 구설수가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느낌.
국내 블로그를 찾아 읽다가, 이 영화를 비난하는 어떤 글을 읽고 마음이 아파 위 노힐부득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다코타 패닝이 강간 피해를 입는 장면을 찍었다는 이유로 카톨릭 협회에서 상영금지 운동을 했다나.
영화 속의 다코타 패닝, 이 영화를 함께 선택한 패닝 모녀, 그렇게 촬영 중에도 함께했다는 이야기 등을 살펴보면 영화가 이 장면으로 오명을 쓸 일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혹시 강간에 대한 고발 자체가 너무 불편했던 건가 뭔가.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비어른'이고, '가난'하고, '여성'이고, 이른바 '비정상가족'의 일원인 로웰린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성장이라 함은, 이를테면,
자신을 때리는 아빠, 그러다가 벼락 맞아 바보 된 아빠, 금욕적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우울하게 만드는 외할머니, 엘비스 공연 티켓 얻어준다며 강간 당하게 만들고 그 죄책감에 찌질하게 배신때리는 친구놈, 등등,
속에서 살아남는 것을 말한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래도 자신을 도와주고 충고해주고 사랑해주는 (또다른 소수자) 흑인 아저씨가 있고, 사랑하는 노래가 있고, 삶을 힘겨워하는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이 있기에 다시 웃고, 노래하고, 더 큰 사람이 되는 것이랄까.

비열한 강간범 패거리나, 흑인들의 노래를 가로채? 흥행가도를 달렸던 엘비스, 비극이 오는 길을 닦는 가난 나부랭이 따위가 더이상 그녀의 영혼을 점유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미소를 날리며 로웰린은 노래하던걸.


아빠 이름 '루'와 엄마 이름 '엘렌'을 합쳤다는, 행복해보이는 로웰린의 이름과 실상은 정반대이던 그 상황이란... 아이러니하고 암담했지만, originality 가득하고 사람 귀한 줄 아는 따뜻한 흑인 뱀아자씨가 있어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아빠는 바보고, 할머니는 사랑이 없고, 친구는 배신하기 일쑤인, 그만큼 살기 힘든 현실 속에도 나를 사랑으로 잡아주는 누군가 있을 거라는 감독의 메시지?

다코타와 더불어 신뢰하고 있던 로빈 라이트 펜이 나온 것도 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리 비중 있는 역은 아니었지만 로웰린 가족의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던 그녀는 지치고 외로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

마지막으로, '뱀'이라는 모티프도 재미있었다. 영화 속에는 정말 다양한 뱀이 다양한 포즈?로 등장하는 데다가 로웰린이 아파 끙끙댈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뱀이 어떤 존재던가... '이브를 꾀어내어 종국엔 나까지 죄짓게 했어요'라는 아담의 변명에 희생된 불멸의 악마 상징물 아닌가.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뱀은 악마의 상징이기보다는 순수하게 '동물'이며, 성장을 돕는 지혜로운 '영물'이다. 뱀에 대한 표현이 참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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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푸른들판 2009/09/23 15:3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운드 독이란 영화, 글 읽으면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 들었어요. 요즘도 영화에 심취<?>해 있는 모습, 좋군요~~
    전 창원이라는 곳에서 나름 즐기며 살고 있답니다. ㅎㅎ
    가끔 들어와서 당신의 발자취를 느껴보고 싶군요. 그럼~~

  2. 별2000 2009/12/23 04: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하운드독을 너무 감명깊고 재미있게 봐서 네이버에 감독을 검색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잔잔하면서도 마음저린 너무도 참 잘만들어진 영화이면 타코타 팬닝의 연기또한 대단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최근에 본 감동적인 영화 두 편. (스포? 있을 지도 모르나 없을 것으로 사료됨!!)

오랫동안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감독 필립 크로델 (2008 / 프랑스)
출연 크리스틴 스콧 토머스, 엘자 질버스타인, 로랑 그레빌, 클레어 존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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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난 아들 피에르를 제 손으로 죽게 하고 15년형을 살고 나온 줄리엣의 이야기.
그녀가 일상을 다시 꾸려가는 과정, 상처받은 사람들이 그녀를 이해하는 과정, 그렇게 서로를 받아들이는 이야기.
그녀는 왜 사랑하는 아들 피에르를..
궁금하죠?

조용한 혼돈
감독 안토넬로 그리말디 (2008 / 영국, 이탈리아)
출연 난니 모레티, 발레리아 골리노, 알레산드로 가스먼, 이사벨라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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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갑작스럽게 죽은 뒤, 딸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아이를 등교시킨 후 학교 앞에 계속 앉아 딸을 기다리는 한 사내의 이야기.
항상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그가 가끔은 멍해지면서 조금씩 사건을 받아들여가는 과정, 삶 속의 사랑과 아이러니, 나와 닮아 피식 웃음이 나오던 소소한 그의 버릇들...


공통점.
생에 찾아온 불행에 나름의 속도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그/녀의 감정과 표정의 변화가 마음에 다가오더라.
죽음 이라는 소재.
주변 사람들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날 것 같다.
액션/블록버스터만 찾는 요즈음이라 그냥 패스할 뻔 했으나 보고 나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스러워 했다는 거.

차이점.
이 시점에서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면에서 정보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을 듯.

고로 강추의 말씀을 올립니다.
두 작품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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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 감동, 영화,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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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네 살 때부터 스물 한 살까지 살아온 인천 우리집 옆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천천히 걸어도 7~8분이면 도착할 만한 가까운 거리였다.
그게 참 좋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서울로 이사하고, 새로 집을 구할 때도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지가 많이 궁금했다.
요새 책을 잘 읽지 못하면서도 나는 도보가 가능한 거리에 마포구평생학습관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물론 처음에는 좀 요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집 앞에서 정거하는 마을버스가 지나는 길에 작고 깨끗한 '마포서강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꺄악 소리를 지를 만큼 좋아했다.
회원 카드를 만들고, 대출도 해 보았는데 새 시설에, 잘 전산화된 시스템에...
부족한 거라곤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내가 꿈꾸는 동네 도서관은 당연히 대학 도서관처럼 모든 자료가 있는 곳이 아니다.
읽고 싶지만 구비되지 않은 도서가 있으면, 신청해서 구입하게 할 수 있고(그리고 먼저 빌려볼 수 있고),
토지, 아리랑, 태백산맥, 로마인이야기 등의 '1권'이 갈 때마다 꽂혀있고!!! (이 사실만으로도 감동과 위안!)
깔끔하고 포근해서 자꾸 가고 싶은 그런 곳이라면 만점짜리 동네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가를 거닐다 보면, 있어야 할 책들이 꽉 들어찬 느낌이라기 보다는 동네 사람들의 관심과 취향을 맞닥뜨리는 느낌이다. ㅎㅎㅎ

더군다나 이 도서관은 행사도 많고 그에 따른 초대도 참 많다.
살아있는, 자꾸 말을 거는, 친해지고 싶은 도서관이다.

오늘도 시집을 세 권 빌려왔다.
두꺼운 책은 사 놓아도, 빌려 놓아도 잘 안 펼쳐보게 되니
얇고 가벼우며, 쉬이 읽히는 시집을 택했다.
쉬이 읽히면서도 깊은 사색으로 인도해 주니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가을, 마포서강도서관 덕에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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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고 2009/02/07 18:3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흐흐- 녀름에게 드뎌 알아내서 방문!
    마포서강도서관 느무느무 좋아요- 물론 게으름 때문에 자주 가게 되진 않지만 책은 꼬박꼬박 빌려본다는! 가능하면 이제 일주일에 세 번은 가도록 노력할 생각 흐-


 


죽음을 상상해볼 때가 있다.
이를테면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좀 무서울 때라든가.(요새 자꾸 그런다.)
어두운 길 등지에서 나를 해치려는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방어/대응할까 고민할 때라든가.

미리 좀 생각해 놓으면 덜 무섭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내 삶에서 꼭 한 번은 있을 죽음에 대한 약간의 위안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인 블룸.

인 블룸
감독 바딤 페렐만 (2007 / 미국)
출연 우마 서먼, 에반 레이첼 우드, 에바 아무리, 브렛 컬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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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서는 무슨 스릴러 영화인 것처럼 다루어서 그런 줄만 알고 봤다.
'둘 중 한 명만 살아남았다'라는 카피도 단순 스릴러라는 오해를 주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씨네서울 사이트에서 영화정보를 찾아보다가 스포일러(나쁜..T-T)의 한마디를 보고야 말았지만,
중요한 결말의 내용을 알고 봤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훼손되지 않은 듯한 밀도의 감정을 불러일으켰던 영화였다.

가끔 씨네서울 한마디에 감탄하곤 하는데 이 영화의 경우에도 그랬다.
'삶은 죽음 앞에서 더욱 빨갛게 피어오른다'

일대의 교내총기난사사건 현장에서 "둘 중 한 명만 죽일 테니 너네가 골라"라는 말을 듣고...
막 새로 장전한 기관총을 들고 서 있는 '이름 정도 알았던 괴짜같은 애' 앞에서...
죽음은 얼마나 가까이 다가왔고, 삶은 얼마나 간절하게 깜빡였던 걸까.

이 영화는,
둘  중 한 명이 죽기 직전의, 이른바 영원같은 찰나의 파노라마라고 봐도 옳다.
그 순간에 길어올린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며 만들어낸 정념(情念)의 파노라마.

"이런 거 말고 말야, '삶'이란 건 대체 언제 시작되는 걸까?"라고 말하자 마자, 오십보도 더 못 가 삶이 끝나버릴 수도 있는 게 바로 그것의 한 모습이라지만,
예상치 못했던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 아니, 이 세상 모든 것을 존재하게 하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질문에 대답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 슬퍼 괴롭기도 했고, 그 절절함이 가슴 깊이 와닿아 눈물이 날만큼 아름답기도 했다.

우마 서먼의 연기도 좋았다.
그렇지만 에반 레이첼 우드의 연기는 그 이상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마지막 눈빛, 대사, 몸짓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이 영화는 두고 두고 보고 싶다.
볼 때마다 다른 게 조금씩 더 보일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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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wearcom 2008/10/05 07:3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글 잘읽었습니다. 저도 마찮가지로 그들이 선택에 순간에 얼마나 간절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Shoot me"라는 대사가 가슴에서 떠나지 않을 만큼 말입니다. 이 영화가 좋았다면 "Right At your door"를 추천 해드리고 싶습니다.

  2. 리쥬 2008/10/08 20:2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저도 이 영화를 보았지요- 엔딩크레딧이 올라갈때 혼자서 "!!!!!!!" 하고 박탈감을 느꼈지만, 잠시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납득이 갔어요- 호오.
    :)


 
메추리알 장조림
from 반짝인것들 2008/09/29 23:26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메추리알 장조림의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다.
가장 근사(하면서도 간단)해 보이고, 가장 많이 참고되는 것 같은 레시피는 바로 이것인 듯!

1. 재료
- 메추리알 20여개, 양파, 대파, 통마늘, 풋고추, 혼다시 약간, 간장, 청주(없으면 맛술)

2. 만들기
- 메추리알을 냄비에 넣은 후 잠길정도로 찬물을 붓고 8~9분 정도 푹 삶는다.
- 메추리알은 꺼내자마자 찬물에 담가 식힌 후 껍질을 깐다.
- 대파 한 뿌리는 듬성듬성 썰고,양파 반개 준비해서 깍둑썬다.
- 통마늘은 3~4개 준비하고 풋고추는 송송 썬다.
- 넓은 냄비에 물 3컵, 간장 1/3컵, 청주 1큰술, 혼다시 1/4 작은술 넣고,
- 대파, 양파, 마늘 넣고 끓인다.
- 끓기 시작하면 10분 정도 끓이고 대파와 양파는 건져낸다.
- 조림장에 삶은 메추리알을 넣고 중불에서 갈색이 베일때까지 졸인다.
- 중간에 맛을 보고 알맞게 베었으면 마지막에 고추 넣고 통깨 뿌려준다.

* 혼다시(일본양념)를 넣으면 간장육수맛이 한결 업그레이되어 맛이 좋다.


그래! 이 정도는!

(지금 야밤에 양파, 통마늘, 풋고추, 혼다시 없이 도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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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거분 2008/10/01 16: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점심시간의 보석!
    메츄리알알알알, 알음. 고마워.

  2. 카라 2009/02/24 16:1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언제한번시간될때 또 해쥬십사
    ㅋㅋㅋㅋ안뇽?


 

요새 내 취미라면...
건반을 치는 것이다.

예전에 '취미', '특기'라는 이름의 공란을 채워야 할 때면
뭘 써야 할 지 몰라서 한참을 머뭇거리곤 했는데,
20대 중후반을 사는 요즈음의 나는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건반 치는 거!"

아날로그 피아노는 아니고
작년 연말에 Lucid Fall 콘서트 갔다 와서 지른
RD-700SX 디지털 피아노를 치고 있다.
물론, 아직 카드빚 갚고 있고.

이렇게 저렇게 마음껏 한참을 쳐 왔는데, 갑자기
예전에는 그리도 싫어했던 '악보 보고 치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뭘 칠까 하다가 '텐션 잔뜩 들어간 어려운 곡'의 이미지로 남아있던 곡들 중
Brian Mcnight의 One Last Cry를 골랐다.
(음..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One Last Cry가 "날 쳐줘"라고 말을 걸었다.. 킁..)


악보도 쉽게 구해지길래 도전 시작!
어제부터 조금씩 쳐보고 있는데 영.. 어렵다.
실제 곡은 G♭으로 시작해서 중간에 G로 조바뀜 되는데,
악보는 G로 시작해서 A♭으로 조바뀜된다.
여튼, 둘 다 어렵다.

디지털 피아노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ㅋㅋ transpose 기능이 아닐까?
(조바뀜을 디지털로 처리해서, 온음 건반을 누르면 지정한 조의 1도 근음이 나게 해 주는 기능.
조를 G로 지정해 놓으면 물리적으로는 C음인 건반을 눌러도 G음이 난다는!
나같은 저질 연주자에게는 정말 쵝오 기능. >_<d )
그런데 이 곡은 치다가 중간에 transpose를 한 번 더 잽싸게 해 주지 않는 이상은
곡의 반 정도는 여튼 검은 건반 잔뜩 누르며 쳐야 한다. 어렵당.

그래도 웬지 예전같으면 금방 포기했을 것 같은데도
이제는 포기 안 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뭐.. 정신없이 빠른 클래식곡도 아니고.)
익숙한 자리로 손이 저절로 가는 그 날까지 계속 이 곡을 연습할 것 같다.

그래서 내 딴에는 정말 정말 어려운 곡인 이 곡을 멋지게 치는 그 날이 올 것 같다.
ㅎㅎ
열심히 연습해야지!!

들어줄 관객은 아직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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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미스 선샤인.

그 재미있는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면,
혹시 그대도 나처럼 '패배자loser'라는 딱지가 얼마나 지겹고 부당한 것인지 잘 알고 있어서 그랬나요?
뭐, 다른 이유였을 수도, 울지 않았을 수도, 어쩌면 웃지도 않았을 수도 있겠죠.

살다 보면 나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두려울 때도 참 많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Grandpa, am I pretty?



이 순간들을 기억한다면 충분히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요?
확대


그리고 이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를 기억한다면.

그러면 혼자가 아니라는 고마운 진실이
다시 우리의 발걸음을 응원해 줄 거에요.

아- 오랜만에 보면서 울고 웃고 아주 난리를 친 영화였습니다.
진정 우너츄~
 
Tag //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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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Mr. 맥거핀 2007/04/11 00:14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올리브가 춤추는 장면이 너무 좋아요. ^^


 

 Richard Linklater

filmography from 씨네서울


말이 필요없을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시리즈 감독이자
일종의 animationized 영화인 웨이킹 라이프Waking Life, 스캐너 다클리A Scanner Darkly의 감독.

앞의 두 영화를 보면서도 푹 반했지만,
웨이킹 라이프와 스캐너 다클리를 보면서 특이한 내용과 스타일에 다시금 그를 나의 메모리에서 특별관리하게 되었다.

  

두 영화를 보면서 선이며 색이 단순화된 모습의 배우들을 보는 것이 꽤나 즐거웠다.
(이게 주는 아닐지라도.. 가만, 주는 주인가?  -_ -)

웨이킹 라이프는...
영화 속 주인공이라는 인물을 빌어
리차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구한 삶과 죽음에 대한 갖가지 말들의 폭우-_-를
가만히 맞고 있다 보면 느껴지는 나름의 재미같은 게 있었고,
스캐너 다클리는...
필립 K. 딕의 쓸쓸한 미래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그보다는 너무 지친 듯한 키아누 리브스의 모습이 마음에 와닿았달까.

볼 만 했다.


웨이킹 라이프, 스캐너 다클리 화면 보기 (출처 : 씨네서울)


 
Tag // 감독,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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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진 2007/03/16 18:4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Hi~!

    I've seen this movie, I loved it!!!

    Anyways, your blog is still too difficult for me to r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