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곧잘 이 영화의 테마와 같은 상상을 한다.
'내가 그때 조금만 ~했더라면 ~지 않고 ~을 텐데..' 하는.
그 때의 그 가슴저림과 한가득 회한이 마음을 뒤덮는 느낌.
그래서 끊임없이 제 2의, 제3의 상황을 그리도록 추동하는 가운데의 단단히 굳은 슬픔.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그 상처 때문에, 나 역시도 절절히 공감하면서 영화를 보았다.
처음 이 영화를 발견하고는 소리쳤다.
"오! 존 카메론 미첼 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보기 전, 신선 O는 말했다.
"듣기론 존 카메론 미첼 영화 치고는 별로라던데.."
그러나 쥰내 눈물 주룩주룩하며 다 보고 나서 우리는 모두 감명받아 '래빗홀은 충분히 좋은 영화'라는 데 동의했는걸.
강츄강츄.
기억에 남는 대사 크리.
Becca: Did it ever go away?
Nat: No, I don't think it does. Not for me, it hasn't, and that's goin' on eleven years. It changes, though.
Becca: How?
Nat: I don't know... the weight of it, I guess. At some point, it becomes bearable. It turns into something that you can crawl out from under and... carry around like a brick in your pocket. And you... you even forget it, for a while. But then you reach in for whatever reason and - there it is. Oh right, that. Which could be awful - But not all the time. It's kinda... not that you like it exactly, but it's what you've got instead of your son. So you carry it around. I know, it doesn't go away, which is...
이 영화를 보기로 선택한 이유는, 케이트 베킨세일과 데이비드 쉬머, 베라 파미가, 맷 딜런.
배우들 때문이었다.
케이트 베킨세일은 언더월드 때 뿅~ 반해서.
데이비드 쉼머는 프렌즈를 열심히 볼 때 정든 배우였는데, 하는 영화마다 잘 안 된다 하여 이번엔 어떨까 싶어서.
베라 파미가는 우연히 나오는 영화를 이것 저것 보게 되면서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최근에 본 건 하정우랑 찍은 작품과 조지 클루니와 공연한 작품. 그녀가 가지는 부르주아적이고 권태로운 포즈가 있달..까.
거기에, 저... 저.... (나에게는) 못된놈으로 열연하는 드럭스토어 카우보이의 맷 딜런까쥐.
영화 내용.
freeagenda님이 제공했다는 정보를 다음에서 좀 퍼오자면, 이 영화는 미국의 칼럼리스트 로버트 노박(Robert Novak)이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방지와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 정부의 목적이
당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다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계획된 것이었다는 칼럼을 게제함으로써 촉발된
이른바 '리크게이트(Leakgate)'사건에서 그 모티브를 얻어 왔다고.
이 사건에서 뉴욕타임즈의 기자 주디스 밀러(Judith Miller)는 법원의 취재원 공개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법정모독죄가 적용되어 85일간 투옥되었다고 한다.
영화는 이 사건을 좀 더 드라마틱하게 만든다.
그 '취재원'이 결국 어떤 것이었느냐 하는 부분을, 또 '85일간 투옥'이라는 부분을.
그렇게 함으로써 안보에 관련된 정보를 누설한 그 취재원이 누구냐에만 급급해 하면서,
그것을 끝내 밝히지 않으려는 한 기자의 삶을 집요하고도 잔인하게 괴롭혀 처단하는 것으로 사건의 외양을 만들고자 하는 미 정부를 비웃는다.
또 '85일 간의 투옥'이 영화에서처럼 기하급수적인 나날과 그 여파로 끔찍하게 확장될 수 있음을,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의 법 시스템이 전쟁의 이면을 밝히려 하는 세력을 얼마나 교묘하고 처절하게 탄압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우리의 레이첼은 처음에는 워터게이트 급의 기사를 발굴하는 멋진 저널리스트였으나..
시간이 갈수록, 다각도로 그녀의 삶을 위협하는 국가의 폭력에 진저리나게 학대된다.
맷 딜런은 특별검사로서 레이첼을 어떻게든 족쳐서 취재원을 밝혀내고 말아야 한층 높은 곳으로 향하는 성공가도로 진입할 수 있는, 그래서 성공적으로 레이첼을 궁지로 궁지로 몰아넣는 오지게 미운 캐릭터로 나오는데...
정말 정말 정말 미웠음.
밑에 기억하고픈 구절을 남겨본다.
앨런 앨다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할아버지가 연기한 멋드러진 변호사가 법정에서 레이첼을 변호하면서 한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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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xt case this morning is in re Armstrong.
We'll hear first from Mr. Burnside.
Mr. Chief Justice, and may it please the court. In 1972 in Branzburg v. Hayes, this court ruled against the right of reporters to withhold the names of their sources before a grand jury, and it gave the power to the government to imprison those reporters who did. It was a five-four decision. Close.
In his dissent in Branzburg, Justice Stewart said, "As the years pass, the power of government becomes more and more pervasive. Those in power," he said, "whatever their politics, want only to perpetuate it and the people are the victims." Well, the years have passed, and that power is pervasive.
Ms. Armstrong could have buckled to the demands of the government. She could have abandoned her promise of confidentiality. She could have simply gone home to her family.
But to do so would mean that no source would ever speak to her again, and no source would ever speak to her newspaper again, and then tomorrow when we lock up journalists from other newspapers, we'll make those publications irrelevant as well, and thus we'll make the First Amendment irrelevant.
And then how will we know if a president has covered up crimes? Or if an army officer has condoned torture? We, as a nation, will no longer be able to hold those in power accountable to those whom they have power over. And what then is the nature of government when it has no fear of accountability? We should shudder at the thought.
Imprisoning journalists? That's for other countries. That's for countries who fear their citizens, not countries that cherish and protect them.
Some time ago, I began to feel the personal human pressure on Rachel Armstrong, and I told her that I was there to represent her and not a principle. And it was not until I met her that I realized that with great people, there's no difference between principle and the person.
한 때 선생님이 되고 싶었던 나로서는,
그래. 내가 어떤 다른 시간, 다른 세계에서 선생님이었다면 저런 선생님이 되었기를 싶은 인물이 등장하는 영화였고.
(비록 조금 쓸쓸하지만. 쳇.)
이 모두가 교육이라는, 그런, 제목과 스토리가 전해주는 그 관대함이 좋았다.
닉 혼비!
어바웃 어 보이도 참으로 재미있게,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영화도 정말 재밌었다.
나도 닉 혼비의 이야기를 꽤 좋아하나보다.(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검색해보면 친절한 누군가 직접 찾아서 링크를 걸어준,
닉 혼비가 영감을 받아 이 이야기를 썼다는 저널리스트 린 바버의 에세이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린 바버의 실화란다. 어맛. 꺄아. 큭큭.
난 항상.
어떤 때는 내가 세계에서 가장 불쌍하고 어리석은 그런 여자애 같은데,
그 이유는 내겐 그녀같은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울 수 있는 용기와 무모함, 젊음의 그 무엇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시기의 난,
내가 한 번도 끝까지 읽어보지도 못한 어떤 책에 쓰여진대로 살아야 한다고 너무 굳게 믿었던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몇 번을 살아도 그런 경험은 못할 것 같다.
나도 꽤 무모하고, 용기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마법같이 홀딱 빠져서 모든 것을 그와 나누는 뭐 그런 면에서는 참 아니라는.
음... 나는 주로 그냥 홀딱 빠져서, 에서 끝나지.
대게 '짝**'이라는 입에 담지도 못할 비참하고 불쌍한 상태의 Plan B로 언제나 직행한달까. 쳇.
4세기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를 배경으로 철학자이자, 무신론자인 히파티아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다.
1. 아고라. 그리스어 Agora. 품사:명사.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던 공공의 광장. 아크로폴리스가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였다면, 이곳은 시민의 경제생활과 예술 활동이 이루어졌던 장소이다.
-아고라. 고대 그리스의 광장. 그리스 사회를 근사하게 그려준 시대극일 거라는 기대를 갖다. CG를 동원한 요새 서양 영화들은 시각적으로 큰 재미를 주니까, 일단.
2. 레이첼 와이즈.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 부드럽고 지적이고 엉뚱하지만 귀여운 그녀의 이미지도 사랑스럽고, 선택하는 작품들도 거의 다 재미있게 보았다.
-일단 레이첼 와이즈가 나오니까 봐야지.
3.
-제목이 아고라니까 뭔가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영화일까나...
싶었다.
나는 보통 영화를 보자마자 글을 쓰지는 않고, 주로 다음 영화를 보는데...
이 영화는 그럴 수 없어서 바로 블로그를 열었다.
1. 비참한 인간
2. 비참한 여성
3. 비참한 종교
4. 비참한 남성
5. 비참한 사회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아주 비참하다.
일단 여성, 종교 들어갔으니 나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는.
그리고 히파티아.
아.. 히파티아.
처음 들어본 이름이었던 것도 같고, 언제 어디선가 한번쯤 들었거나 읽었던 것도 같은 이름.
이야기가, 영화가 진실(이 있다면)을 얼마나 담보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녀는 정말 감동이었다.
앞으로 그녀에 대한 무엇이든 더 찾아보겠다고 생각했다.
집중이 안 되어서 친절하게 쓰지 못했지만...
스포일 안 하려고 노력하면서 사실은 다 하고 있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지 못한 완전 무지의 상태에서 이 영화를 보았기에 감동과 충격과 그 모든 것의 파고가 컸기에 사실 나는 지금 스포일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지금 눈물을 실제로 흘리는 건 아니지만, 영화의 여파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냥 닥치고 강추...
스포일 잔뜩. 영화 본 사람만 보기
1. 도서관. 여러 사건들이 일어나면서 변화하는 도서관의 모습이 참...
2. 마지막 장면. 도서관 천장의 구멍이 종교라는 아집에 갇힌 인간이 쓰는 기괴한 눈가리개같아 보였다.
3. 사랑. 얼굴도 마음도 예쁜 남자 둘이 나온다. 히파티아를 무지 사랑했던 오레스테스와 다부스. 징헌 사랑.
4. 마지막에서 나는 차라리 다부스야 잘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막장으로다가 절망스러웠다. 왜, 왜 히파티아의 순전한 지적 욕구와 강력한 인간애를 그들은 그토록 혐오하고 두려워하고 견디지 못했던 걸까. 말 그대로 토하는 줄 알았다... 심장과 허파와 위와 장, 그러니까 거의 오장육부가 부르르 떨리는 기분인 거 보니 내가 이 부분에 정말 많이 화가 났던 것 같다.
5. 나는 정말 종교가 싫다. 그리고 정말 무섭다. 고로 나는 인간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 약한 인간이 그 자신과 다른 인간에게 할 수 있는 모든 폭력과 헛짓거리들이 약간 병적으로 싫고 무섭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이 험한 세상에 오직 인류애로 무장할 수 있기를 강력히 희구한다...... 말하기 허탈하지만, 나는 지구가 금방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내가 슬퍼하는 모든 것들이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고 있을 거라고, 결국 세상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시적인 이멕아바잇흐 체제 하에서 고통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전 정권 말기에는 대체복무제가 논의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하라! 희망은 있다! 뷁!
6. 히파티아! 오 히파티아!!! 당신이 오레스테스에게 주었던 그 선물은 정말 짱이었어! 당신의 기이한 재치와 자신감이란!!!!!
7. 정말 깊은 슬픔을 느낀다. 히파티아가 살았던 세상과 지금의 세상... 둘 다 참 나를 살고 싶지 않게 하는 면들을 갖고 있다.
8. 영어를 쓰지만, 그건 으레 그러려니 하고 봐줘야지...
9. 영화를 보면 지금의 심정으로는... 정말 극한으로 밉고 싫은... 그런 씨릴놈이 신의 말씀이라며 여자는 '조용히 있으라'라고 지껄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거 정말... 타임머신 만들어서 찾아가서... 어떻게 해 주고 싶은지 10분쯤 고민하면서 머리 속에 온갖 고대 중세의 고문들이 지나가게 만드는 그런... 고마 하자. 내가 진짜 미친다...
I was a doctor, marshal.
Do you think I'm crazy?
-No
And if I say I'm not crazy, well that hardly helps, does it?
That's Kafka's genius of it.
People tell the world you're crazy, then all your protest to the contrary just confirm what they say.
-I'm not following you, I'm sorry.
Once you're declared insane, and anything you do is called part of that insanity.
Reasonable protests are denial, valid fears, paranoia.
-Survival instincts are defense mechanisms.
You're smarter than you look, marshal. That's probably not a good thing.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두 사람이 암자를 짓고 수도에 든 지 3년이 채 못 된, 당 중종 26년, 즉 성덕왕 즉위 8년(709년) 4월 파일이다. 날이 막 저물어 갈 즈음 나이 20세쯤 되어 보이는, 자태가 절묘하고 체취가 향기로운 한 낭자가 뜻밖에 박박이 거처하는 북암으로 찾아와 자고 가기를 청했다. <중략>
박박은 말했다. "절간은 청정을 지키는 것을 요무로 삼고 있소. 그대가 접근할 곳이 아니니 지체 말고 가도록 하오." 그리고는 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낭자는 노힐부득이 거처하는 남암으로 갔다. 그리고 앞서와 같은 청을 했다. 그러자 부득은 낭자에게 물었다. "그대는 어느 곳에서 이 저문 날에 오시오?" 낭자는... <중략>
그리고 나서 낭자는 말했다. "나는 관음보살이랍니다. 대사가 대보리를 이룩하시도록 도우러 왔었지요." 말을 마치자 그 낭자는 간 곳이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이 오늘밤에 필경 계를 더럽혔을 테니 가서 웃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에게로 왔다. 와서 부득이 연화대에 앉아 있는 미륵 존상이 되어 광명을 내비치며 몸이 불그레한 금빛으로 채색되어 있음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조아리고 예를 올렸다.
모의고사 문제 曰
다음 글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① 문제를 해결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② 상황에 대처하는 임기응변의 지혜가 필요하다.
③ 관습이나 제도의 파괴는 새로운 질서를 창조한다.
④ 큰일을 위해서는 사소한 일에 구애받지 말아야 한다.
⑤ 제도나 관습보다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 정답은 ⑤번.
제도나 관습보다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지녀야 한다.
수월하게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지만, 깊이 생각해보면...
'아 일전의 그 때가 바로 저 시험에 들었던 순간이었군' 이라고 가만히 떠오르는 일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가끔 내가 사람보다 제도나 관습에 얽매어 선택했던 순간들이 떠올라 부끄러워진다.
일전에 살짝 마음을 치고 지나갔던 저 문제를 굳이 블로그에 쓰게 된 이유는
오늘 본 이 영화 때문에.
영화에 대해 구설수가 많았던 것 같은데, 막상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는 느낌.
국내 블로그를 찾아 읽다가, 이 영화를 비난하는 어떤 글을 읽고 마음이 아파 위 노힐부득 이야기가 생각났던 것 같다.
미국에서는 다코타 패닝이 강간 피해를 입는 장면을 찍었다는 이유로 카톨릭 협회에서 상영금지 운동을 했다나.
영화 속의 다코타 패닝, 이 영화를 함께 선택한 패닝 모녀, 그렇게 촬영 중에도 함께했다는 이야기 등을 살펴보면 영화가 이 장면으로 오명을 쓸 일은 전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텐데.
혹시 강간에 대한 고발 자체가 너무 불편했던 건가 뭔가.
내가 보기에 이 영화는 '비어른'이고, '가난'하고, '여성'이고, 이른바 '비정상가족'의 일원인 로웰린이 성장해 가는 이야기이다.
성장이라 함은, 이를테면,
자신을 때리는 아빠, 그러다가 벼락 맞아 바보 된 아빠, 금욕적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우울하게 만드는 외할머니, 엘비스 공연 티켓 얻어준다며 강간 당하게 만들고 그 죄책감에 찌질하게 배신때리는 친구놈, 등등,
속에서 살아남는 것을 말한다.
살아남는다는 것은,
그래도 자신을 도와주고 충고해주고 사랑해주는 (또다른 소수자) 흑인 아저씨가 있고, 사랑하는 노래가 있고, 삶을 힘겨워하는 그 모든 사람들 사이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힘이 있기에 다시 웃고, 노래하고, 더 큰 사람이 되는 것이랄까.
비열한 강간범 패거리나, 흑인들의 노래를 가로채? 흥행가도를 달렸던 엘비스, 비극이 오는 길을 닦는 가난 나부랭이 따위가 더이상 그녀의 영혼을 점유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미소를 날리며 로웰린은 노래하던걸.
아빠 이름 '루'와 엄마 이름 '엘렌'을 합쳤다는, 행복해보이는 로웰린의 이름과 실상은 정반대이던 그 상황이란... 아이러니하고 암담했지만, originality 가득하고 사람 귀한 줄 아는 따뜻한 흑인 뱀아자씨가 있어 정말 정말 다행이었다.
아빠는 바보고, 할머니는 사랑이 없고, 친구는 배신하기 일쑤인, 그만큼 살기 힘든 현실 속에도 나를 사랑으로 잡아주는 누군가 있을 거라는 감독의 메시지?
다코타와 더불어 신뢰하고 있던 로빈 라이트 펜이 나온 것도 이 영화를 보는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그리 비중 있는 역은 아니었지만 로웰린 가족의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던 그녀는 지치고 외로운 캐릭터를 잘 표현해줬다고 생각.
마지막으로, '뱀'이라는 모티프도 재미있었다. 영화 속에는 정말 다양한 뱀이 다양한 포즈?로 등장하는 데다가 로웰린이 아파 끙끙댈 때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뱀이 어떤 존재던가... '이브를 꾀어내어 종국엔 나까지 죄짓게 했어요'라는 아담의 변명에 희생된 불멸의 악마 상징물 아닌가. 그렇지만 영화 속에서 뱀은 악마의 상징이기보다는 순수하게 '동물'이며, 성장을 돕는 지혜로운 '영물'이다. 뱀에 대한 표현이 참신했다.
아내가 갑작스럽게 죽은 뒤, 딸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아이를 등교시킨 후 학교 앞에 계속 앉아 딸을 기다리는 한 사내의 이야기.
항상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 그가 가끔은 멍해지면서 조금씩 사건을 받아들여가는 과정, 삶 속의 사랑과 아이러니, 나와 닮아 피식 웃음이 나오던 소소한 그의 버릇들...
공통점.
생에 찾아온 불행에 나름의 속도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그/녀의 감정과 표정의 변화가 마음에 다가오더라.
죽음 이라는 소재.
주변 사람들이 너무 따뜻해서 눈물날 것 같다.
액션/블록버스터만 찾는 요즈음이라 그냥 패스할 뻔 했으나 보고 나서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행스러워 했다는 거.
차이점.
이 시점에서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면에서 정보로서의 가치도 별로 없을 듯.
내가 네 살 때부터 스물 한 살까지 살아온 인천 우리집 옆에는 도서관이 있었다.
천천히 걸어도 7~8분이면 도착할 만한 가까운 거리였다.
그게 참 좋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래서 서울로 이사하고, 새로 집을 구할 때도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지가 많이 궁금했다.
요새 책을 잘 읽지 못하면서도 나는 도보가 가능한 거리에 마포구평생학습관이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물론 처음에는 좀 요상한 이름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고 얼마 전에는 집 앞에서 정거하는 마을버스가 지나는 길에 작고 깨끗한 '마포서강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꺄악 소리를 지를 만큼 좋아했다.
회원 카드를 만들고, 대출도 해 보았는데 새 시설에, 잘 전산화된 시스템에...
부족한 거라곤 '책이 많지 않다'는 것인데;;
내가 꿈꾸는 동네 도서관은 당연히 대학 도서관처럼 모든 자료가 있는 곳이 아니다.
읽고 싶지만 구비되지 않은 도서가 있으면, 신청해서 구입하게 할 수 있고(그리고 먼저 빌려볼 수 있고),
토지, 아리랑, 태백산맥, 로마인이야기 등의 '1권'이 갈 때마다 꽂혀있고!!! (이 사실만으로도 감동과 위안!)
깔끔하고 포근해서 자꾸 가고 싶은 그런 곳이라면 만점짜리 동네 도서관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가를 거닐다 보면, 있어야 할 책들이 꽉 들어찬 느낌이라기 보다는 동네 사람들의 관심과 취향을 맞닥뜨리는 느낌이다. ㅎㅎㅎ
더군다나 이 도서관은 행사도 많고 그에 따른 초대도 참 많다.
살아있는, 자꾸 말을 거는, 친해지고 싶은 도서관이다.
오늘도 시집을 세 권 빌려왔다.
두꺼운 책은 사 놓아도, 빌려 놓아도 잘 안 펼쳐보게 되니
얇고 가벼우며, 쉬이 읽히는 시집을 택했다.
쉬이 읽히면서도 깊은 사색으로 인도해 주니 참 잘한 선택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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